섬을 생각하면 이상한 종류의 노스탤지어가 솟아납니다.
섬 출신이 아닌데도 마땅히 회귀해야 할 곳인 것처럼 섬을 대하는 정서라고 할까요. 누구나 한 번쯤 섬으로의 회귀 아닌 회귀를 상상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 상상이 삶의 동력으로 작동하기도 하지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어렴풋한 느낌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으니까요. 일종의 보루와도 같은 셈입니다. 문명으로부터의 단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듯 섬을 찾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 본연의 상태를 회복하려는 의지와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혜의 환경에 자리한 여러 섬이 ‘낙원’이나 ‘파라다이스’라는 표현을 빌려 그런 마음을 부추긴 것은 곧 투어리즘의 원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테고요.
매거진《B》가 방콕, 발리, 코펜하겐에 이어 ‘도시 시리즈’의 일환으로 소개하는 하와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섬입니다. 그 유명함만큼이나 다채로운 상징을 지니고 있죠. 화산과 야자수, 무지개, 그리고 와이키키 해변, ‘알로하’ 인사와 훌라, 꽃목걸이 ‘레이’와 하와이안 셔츠까지··· 하와이는 지역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캐릭터 상품처럼 여러 관광객에게 소비되어왔습니다.
팬데믹 이전 하와이의 관광객 수는 연 1000만 명을 육박했는데, 이는 하와이 인구의 7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야말로 만인의 연인처럼 사랑받아왔다고 할 수 있지요. 그 덕분에 누군가에게 ‘클리셰’ 혹은 ‘스테레오타입’으로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저 역시 한동안 하와이에 대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쉽게 지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매력을 이유로 들며 하와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니 조금씩 하와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더군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접했거나, 서핑 등의 액티비티로 매해 하와이를 방문하거나, 교육 혹은 제2의 인생을 위해 하와이로 이민을 갔거나, 힐링을 위해 하와이로 떠난 이들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하와이는 그야말로 다양한 삶과 문화, 자연이 각자의 방식대로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하와이 속에는 여러 하와이가 존재하고, 그중 어떤 하와이도 무엇에 종속되거나 반대로 지배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하와이 기반으로 활동하는 어느 사진가가 매거진《B》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건넨 말은 하와이를 관통하는 정신을 명쾌하게 요약합니다. “어디가 저의 집이고, 저의 자리인지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하와이에 살고 있지만, 진정한 하와이안의 피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차라리 관광객이 되는 것을 더 좋아해요. 저는 모든 사람이 지구를 잠시 방문한 여행자라고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열흘에 가까운 취재 동안 매거진《B》가 만난 여러 인터뷰이는 출신과 영역을 불문하고 ‘여행자의 정신’으로 자신의 일과 터전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소유하기보다 하와이가 남긴 유산을 잘 가꾸고 보존해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 삶에 녹아든 모습이었죠. 그것이 1950~1970년대의 건축양식이든, 길거리에서 즐기는 간식이든, 하와이 향취가 담긴 음악이든 모두가 하와이의 일부, 곧 자연의 일부처럼 존중받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하와이를 대변하는 것은 비록 서툴거나 불완전할지라도 단순하면서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죠. 하와이 고유의 낙천적 태도는 이런 여행자의 정신에서 비롯했다고 봅니다. 불안에 잠식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런 여행자의 정신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편집장 박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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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 - 170 * 240 mm, 240pages
Date 2022.10.11
■ 목차
08 EDITOR’S LETTER
14 MATSUMOTO SHAVE ICE
오아후섬 올드타운 할레이바 역사의 산실로 하와이의 상징적 디저트를 만드는 마츠모토 셰이브 아이스
22 BAILEY’S ANTIQUES & ALOHA SHIRTS
세계 각지 빈티지 컬렉터들의 발길이 향하는 알로하셔츠의 성지 베일리스 앤티크 앤 알로하셔츠
28 MOANA SURFRIDER, A WESTIN RESORT & SPA, WAIKIKI BEACH
와이키키 해변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호텔 모아나 서프라이더, 웨스틴 리조트 앤 스파, 와이키키 비치
38 THE MONIZ FAMILY
하와이 서핑계의 로열 패밀리이자 가족의 이름을 건 서핑 스쿨을 와이키키 해변에서 운영 중인 서핑 명가 모니즈 가족
44 PETER MERRIMAN
하와이 로컬 퀴진의 부흥을 이끈 유명 셰프 피터 메리먼
50 K?KO‘O ‘?IWI
전통 농법을 활용해 파괴된 생태계 복원에 힘쓰는 비영리 농장 카코오 오이비
58 K? HANA DISTILLERS
하와이 땅에서 자란 하와이안 사탕수수즙으로 하와이안 럼을 만드는 증류소 코 하나 디스틸러
68 LYON ARBORETUM
토착종과 멸종 위기종을 지키고, 생물 다양성을 수호하려 활동하는 수목원 리온 아버리텀
84 HAKU MAUI
하와이인의 일상에 가깝게 자리한 레이에 대한 의미를 고양하는 레이 메이커 브리트니 텍세이라의 레이 숍 하쿠 마우이
92 THE LILJESTRAND HOUSE
하와이 모던 건축사의 구심점이던 건축가 블라디미르 오시포프가 생전 디자인한 주거 공간 릴제스트랜드 하우스
98 OSSIPOFF’S CABIN
건축가 블라디미르 오시포프가 와이아나이 산간 지역에 자신을 위해 설계한 작은 오두막 오시포프 캐빈
106 JACQUELINE & IAN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고요한 은신처 같은 집에서 삶을 유영하는 재클린 데이비와 이안 아이철버거 부부
112 IIAD & KENDALL
사암 절벽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가족과 자연, 여유로움에 초점을 맞춘 일상을 누리는 이아드 마미쿠니안과 켄들 캐럴 부부
118 ZOOMING IN ON THE ISLANDS
하와이 제도에 대해 발견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실
138 OMIYAGE
하와이를 추억하는 방식 오미야게
148 HAWAIIAN AIRLINES
하와이 관광을 최전선에서 브랜딩하는 하와이안항공
154 HAWAI‘I STATE ART MUSEUM
하와이의 현대미술 작품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 온 하와이 주립 미술관
162 KALANI KA‘AN?‘AN?
‘말라마’ 정신을 통해 관광 산업의 방향성을 가이드하는 하와이 관광청의 최고브랜드책임자 칼라니 카아나아나
168 MAELIA LOEBENSTEIN CARTER
대를 이어 하와이의 전통 춤 훌라를 전파해온 ‘쿠무 훌라’ 매일리아 로벤스테인 카터
174 KAKA‘AKO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5곳의 상공간 호놀롤루의 대표적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히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변화를 이끄는 지역 카카아코와 카카아코를 대표하는 브랜드 겸 숍 3곳
186 MITCHELL KUGA
일본계 이주민 4세로 하와이의 다양한 삶의 태도에 대한 글을 써온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미첼 쿠가
190 TY MCLAREN
하와이 로컬의 시선으로 ‘셀프케어’ 정신에 입각한 스킨케어 브랜드 코아를 만든 공동 창립자 타이 매클래런
194 DANE NAKAMA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유년기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 작품을 선보여온 아티스트 데인 나카마
198 CHINATOWN
하와이 문화 예술 신의 부흥지 차이나타운과 그 중심에 자리한 커뮤니티 허브 베이스 북숍
206 HAWAI‘I NO KA ‘OI
하와이 음악 신의 계보를 새긴 아카이브로 추억의 명곡을 엄선해 들려주는 호놀룰루 기반의 음악 방송 채널 하와이 노 카 오이
210 ALOHA GOT SOUL
솔풀하면서 진정성 있는 하와이 기반의 뮤지션을 발굴하는 바이닐 레코드 레이블이자 레코드 숍 알로하 갓 솔
216 PEOPLE FROM HAWAII
세 명의 포토그래퍼가 프레임 속에 담은 하와이의 모습과 그 이면의 이야기
224 SOUL FROM HAWAII
하와이에서 받은 고유의 에너지를 세계 각지에서 174 KAKA‘AKO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는 5곳의 상공간
230 Outro
Magazine B
2011년 11월, 광고 없이 한 호에 하나의 브랜드만을 다루는 잡지 '매거진B'가 첫 호 '프라이탁'을 선보이며 창간했다. 광고 수주 없이 판매 수익만으로 운영하겠다는,
오프라인 미디어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시작이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매거진B는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중 독자적 관점으로 선정한 37개의 '균형 잡힌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브랜드의 숨은 얘기는 물론 감성과 문화까지 담고 있어 브랜드 관계자부터 브랜드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싶어하는 사람, 비지니스를 구상하거나 브랜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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